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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육신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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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1,172회 작성일Date 20-12-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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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 것은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잠 25:11)는 말씀을 들어보면 말의 양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상황에 알맞게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상황에 합당한 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한 말에 신실하게 책임을 지는 태도일 것입니다. 이것은  시편의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않는 사람이 여호와의 장막과 성산에 거할 수 있는 축복의 사람이 된다”는 말씀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시 15:1,4). 직접 입 밖으로 내지 않았고, 마음에만 머물러 있었던 말일지라도 그것을 신실하게 지키는 삶이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의 지속을 가능케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 곳곳에서 말이 그 신의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말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서로를 알 수 있는 최고의 길임에도 그 주요한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현대사회의 수많은 매체를 통해 말의 양은 수용 불가능할 정도로 현저히 많아졌음에도 그 속에서 진심과 진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비근한 예로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은 이미 “공약은 공약일 뿐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행율이 10%대를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개인의 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수많은 내용들이 얼마만큼 과대하게 포장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가짜 뉴스들이 버젓이 진실인 것처럼 위장하여 대중들의 삶에 파고들어 분열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풍성한 말잔치를 올바르게 이끌고 선도해야 할 교회조차도 결코 비난을 피해가지 못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말일에’ 여호와의 전의 산이 온 세상에 우뚝 설 것이며 만방이 그리로 몰려들어 여호와의 말씀을 듣게 되고, 전쟁이 그치게 될 것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사 2:1-4).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 되어 말을 하며, 삶을 살아갈 날을 기대하신 것입니다. 그 길만이 이 세상의 상처를 씻어내고, 서로를 향한 반감이 사라지며, 적대적인 무장을 해제하여, 평화를 이루는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말일에’ 교회가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이 흘러나가는 장소여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 가득하고 은혜와 진리가 충만했다”(요 1:14)고 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것’은 이제 온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속에는 단순히 “예수님이 하나님의 말씀이십니다”라는 차원을 넘어서 하나님의 말씀을 육신의 삶으로 그대로 이루어낼 수 있는 시대가 지금 도래했다는 것을 우리에게 선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그대로 육신, 즉 삶이 되는 그 장소에 영광이 임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은혜와 진리는 결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은혜가 넘치는 곳에 진리따라 사는 삶이 이루어지고, 진리따라 사는 삶이 있는 곳에 은혜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의 말로 변질되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닮아가기를 멈추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육화되었는데 우리는 또다시 삶이 된 말씀을 말잔치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만 무성하고, 삶이 없는 교회가 될 때 첫째 영광이 사라지고, 둘째 은혜와 진리도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말 많은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분열은 교회의 일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세상 속에서 경우에 합당한 말과 손해를 볼지라도 말의 신의를 지키는 삶은 말씀이 육신이 되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를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김재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