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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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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715회 작성일Date 21-12-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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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전반부에서 이 세계의 어느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설사 알았다 해도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의 삶을 버겁게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코로나 시대가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보다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기를 다가오는 시대는 분명 그 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한 대비에 있어서는 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어떤 분들은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교회는 또 한 번의 전환점(turning point), 즉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라는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될 것이며, 가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무엇이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세상이 비대면으로 점점 더 나아가는 상황에서 교회 또한 비접촉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인지, 전자기기의 활용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 버린 시대상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획기적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에 기도를 거듭하며 하나님께 묻고 또 물어도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목회의 자리로 보내시며 제게 큰 것을 요구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세월을 통해 훈련시키신 것 한 가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나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것밖에는 없는 인생인지라 변화에 대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내심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깊은 고민을 안고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일어나 기도의 자리로 나아오며 하나님께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다가오는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일까요?”를 거듭거듭 여쭈었습니다. 그리고 예배당에 자리잡고 앉아 또 동일한 질문을 드립니다. 그 때 새벽 반주를 하시는 분의 손길을 통해 어둠 속에서 고요한 선율이 들려옵니다. 귀에 너무도 생생하고, 익숙한 곡조인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 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였습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연주한 후에 다른 곡인 “달고 오묘한 그 말씀 생명의 말씀은 귀한 그 말씀 진실로 생명의 말씀이 나의 길과 믿음 밝히 보여주니 아름답고 귀한 말씀 생명샘이로다 아름답고 귀한 말씀 생명샘이로다”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첫 곡의 후렴구인 “귀하고 귀하다 우리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 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합니다”로 마감되며 새벽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새벽을 여는 연주였지만 제게는 찬송가 199장과 200장 그 두 곡의 하모니가 천상의 소리였으며, 하나님의 응답이었습니다. 패러다임 쉬프트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포로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성전을 재건하고, 성벽을 쌓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율법책을 낭독하고 또다시 그 말씀대로 살 것을 언약하는 것이었습니다(느 8-10장). 말씀이 육신이 되시고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의 죄를 다 사하시고 새 시대를 위하여 당부하신 것은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것입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도 다른 것 아닌 오직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은 인간의 생각과 전통, 교리로 덧입혀진 것을 걷어내고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입니다. 세상의 소리와 주장으로 뒤범벅이 되어 말인지, 말씀인지조차 구별이 안 되는 이 시대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말씀으로 돌아가 그대로 사는 것이 최고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