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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かみかぜ; 神風/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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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757회 작성일Date 22-02-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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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어 중의 하나입니다. 이 단어가 우리의 귀에 처음으로 들려왔을 때는 별반 상황이 좋지 않은 때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막바지를 지나고 있었고, 일본은 점점 패색이 짙어가며 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군에게 전세가 밀리던 시절 육탄 공격으로 임했던 일본 해군 항공대의 특별 공격대를 이르던 말이었습니다. 그 방식은 전투기에 연료와 폭약을 가득히 싣고 그 비행기로 미군 함정의 핵심부를 들이받아 자살 공격하는 극단적인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그러한 자살공격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미(かみ)’가 일본어로 ‘신’이라는 뜻이고, ‘가제(かぜ)’가 ‘바람’이란 뜻이니 제대로 번역하면 ‘신이 일으키는 바람’이란 뜻의 ‘신풍’(神風)이 됩니다. 그 어디에도 자살공격이란 의미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단어의 본래 유래는 오래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 막부 시절인 1274년에 몽골이 수많은 함선을 이끌고 일본을 침략합니다. 거의 풍전등화의 지경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던 순간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쳐 몽골의 함선들이 침몰하게 되고 몽골은 어쩔 수 없이 철수하게 됩니다. 이를 분하게 여겨 또다시 1281년 몽골이 일본을 재침략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역시 동일하게 엄청난 위력의 태풍이 휘몰아쳐 몽골의 함선들은 산산이 부서져 침몰하고,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일본의 포로가 되거나 혹은 참수를 당하는 치욕을 겪게 됩니다. 일본은 이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신이 태풍을 보내어 자신들을 구해주었다는 의미로 그 태풍을 신의 바람을 의미하는 ‘가미가제’로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의 아들로 여겨지는 천황을 더욱 숭배하는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시절 그러한 행운은 그들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신의 아들로 여겨지는 천황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나 동일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들이 행하는 일은 천황의 이름으로 스스로 그러한 태풍을 만들어내려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을 죽이는 항공 자살 특공대인 ‘가미가제’였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반전입니다. 성령의 역사는 분명 바람과 같다라고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람과 같은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 3:8)고 합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사람은 바람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바람은 사람이 통제하거나, 조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성령의 바람에 대한 통제권을 잡으려 하면 그 사람의 죽음은 물론 공동체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파국에 이를 수 있습니다(행 5:1-11).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가 알 수 없듯이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사람이지, 성령을 인도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때로 기도를 통해 성령을 이용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기도는 반드시 성령께서 뜻하신 방향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주기도문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것처럼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기도에서 소중한 것은 말하는 입보다 듣는 귀입니다. 듣는 귀가 열리면 말하는 입에서도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시옵소서”라는 바람 같은 성령의 소리가 쏟아져 나갈 것입니다. 그러할 때 그 바람은 자신의 목숨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는 ‘가미가제’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으로 세상을 살리는 ‘성령의 바람’인 ‘가미가제’가 될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