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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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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순 댓글 0건 조회Hit 652회 작성일Date 22-04-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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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시대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은 군사들과 함께 그 승리의 규모에 따라 개선행진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습니다.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행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로마시민들의 환호 속에 망토를 휘날리며 위풍당당하게 입성하는 장군은 신격화될 만큼 그 위상이 하늘을 찔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전차에는 모든 영광을 한 몸에 받는 장군의 뒤에 월계관을 들어주는 비천한 노예가 한 명 동승하게 됩니다. 그 노예는 단순히 영광의 관만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개선식이 종료될 때까지 동일한 말을 계속해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은 바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로 그 뜻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입니다. 이 말은 현재의 영광으로 인해 교만하게 행하지 말고 겸손하게 인생의 위치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의미로 주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면 삶은 달라질 것입니다. 정말 소중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극명하게 분별될 것입니다. 내일 삶이 끝난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다할지라도 그 업적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고군분투할 것인가, 아니면 삶을 돌아보며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순간순간을 보낼 것인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즉답이 나올 것입니다. 가장 소중한 일에 남은 시간을 다 쏟아 부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종말의 시간에 대하여 의문스러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 때에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리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인자가 그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마 16:17-28). 제자들 중에 죽기 전에 예수님께서 왕권을 가지고 강림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종말의 시간이 굉장히 속히 올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신 것입니다. 제자들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불과 30-40년 뒤에 재림하실 수 있다는 언질입니다. 지금 우리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섬뜩한 말씀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땅에서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체험해볼 탄생의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역사가 마감될 수 있다는 말씀이기에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조금 더 확대시켜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에게까지도 적용되는 것은 물론 어느 시대 어떤 사람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말씀일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이 기록될 때는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지 이미 30-40년이 훌쩍지났고, 50여년쯤 되는 때입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몇몇 제자들이 자신들이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어서 오시라고 마태복음을 기록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구원사의 그 놀라운 행적을 후대에 전하여 어느 누구든지 이 복음서를 읽고 믿는 사람들이 주의 구원을 누리게 하기 위함입니다(요 20:30-31). 그렇다면 이제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인자가 그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자들도 있다”는 말씀은 예수님 당시의 제자들은 물론 그 후대에 마태복음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도 우리가 죽기 전에 주님이 오실 수 있음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고 하나님만 아시기에 우리의 초점은 “그 때에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리라”는 말씀을 통해 ‘그 때’라는 시간보다 구원의 선물로 부여받은 시간을 ‘행함’으로 열어가는 삶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는 우리에게는 “죽기 전에 인자를 볼 자들도 있다”는 말씀과 더불어 종말신앙으로 승화되는 것입니다.
김 재 구 목사